발췌-拔萃/종이
사진관 가는 길
한 가람
2006. 10. 3. 01:32
그 사진들의 공통점은 세가지였다.
첫째, 전부 흑백사진이라는 것.
둘째, 모두 그 여자의 모습이라는 것.
셋째, 하나같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라는 것.
사진 속 그 여자의 나이는 모두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모두 그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그 여자는 대답 대신 빙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수많은 사진들 중의 하나를 떼어 내게 내밀었다.
"당신이 지금, 이런 상태인 거 같아서요."
"이런 상태?"
"누군가 내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죠.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그게 다예요."
그 여자는 조금 위쪽에 붙어 있는 다른 사진 한 장을 또 떼어냈다.
그건 그 여자가 아주 어릴 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내가 도청소재지를 외우지 못해서
선생님께 혼이 난 다음이었죠."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두 사진의 표정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군요."
내가 말했다.
글: 황경신
사진: Charles Shotwell
출처: 초콜릿 우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