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拔萃/종이
이별 후의 고요한 오후
한 가람
2008. 12. 21. 02:06
"'라'로 시작해서 '스'로 끝나는 관엽식물은?"
"모르겠어. 아키코. 프랑크푸르트에 같이 가자."
"결혼도 하고 싶지 않으면서?"
"그럼 헤어지자."
"응. 좋아."
...
아키코가 만약 눈을 뜬다면 맨 처음 무슨 말을 할까?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상 가운데 하나였다.
길고 긴 오후의 잠에서 깨어난 아키코에게 무슨 말을 건네면 좋을까?
방에 들어서면 자고 있을 아키코의 눈이 열려 있다.
천천히 다가가는 나에게 또렷하게 시선이 따라온다.
나는 평상시처럼 에릭 클랩튼 CD를 틀고, 둥근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나는 귓가로 입을 가져가, 작은 목소리로 확실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라임포토스..야." 라고.
글: 오사키 요시오
사진: Greg Whitaker
출처: 이별 후의 고요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