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몸에 좋다는 박하차만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내가 아직 어려서,
이 세상에 내가 알아서는 안 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나이가 일고여덟 살쯤이었다.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글: 에밀 아자르
사진: Eric Fr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