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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拔萃/종이

청바지 돌려입기



"제일 두려운 게 뭐야?"

티비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그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베일리는 생각에 잠겼다.

"시간"

카메라의 커다란 렌즈를 통해 보이는 베일리는
용감하고 단호했다.
베일리에게서는 내성적인 모습이나 닫힌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난 시간이 충분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그 사람들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지.
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빠른 판단이나 오해가 무서워.
시간이 없으면 그런 걸 고치지 못하잖아.
그래서 영화 대신 그냥 스냅 사진을 보는 게 싫어."

티비는 베일리를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보다 훨씬 철학적인 베일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사람은 암에 걸리면 똑똑해지는 걸까?
열네 살짜리 뇌에 화학약품이나 X-레이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글: 앤 브래셰어즈
사진: Kurt Hettle
출처: 청바지 돌려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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